기운찬소식

경동 기운차림 - 코리안 스피릿 언론보도

작성일 2012-09-06 조회수 3982
지역 : 서울 | 분류 언론보도

밥 한 그릇에 희망을 담았다…‘기운차림 식당’”

동대문구 착한가게로 선정된 기운차림 2호 경동시장점을 찾다

2012.9.4

5천 원 식당 밥보다 더 맛있는 곳…기운차림 ‘인기’

봉사한다는 생각보다 ‘마음’이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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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에 자리한 기운차림식당

소외된 이웃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가족처럼 보듬어주는 식당이 있다. 4일 오전 찾아간 곳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우체국을 끼고 오른쪽으로 들어간 골목에 ‘기운차림’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다.

10평도 안 되는 좁은 식당 안은 11시부터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탁명자(66) 실장과 자원봉사자 4명은 밀려드는 손님들에게 콩나물무침, 열무김치, 밥과 된장국 등으로 한 상 가득 차려서 나눠주기 바빴다.

기운차림 식당은 기운차림봉사단(단장 남상찬)이 2009년 6월 부산 부전시장을 시작으로 전국 10곳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한끼에 1천원만 받고 운영한다. 또 주변 식당을 고려해 하루에 점심 100그릇만 판다.

요즘처럼 농작물 가격이 만만치 않은 고물가 시대에 1천 원 식당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구나 쌀과 채소 등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지만 매달 식당을 유지하기 위해 임대료와 전기요금 공과금도 내야 한다.

3년 동안 운영한 탁 실장에게 어려운 점을 묻자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에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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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동안 기운차림 2호 경동시장점을 맡고 있는 탁명자 실장. 그는 식당을 해본 경험으로 매일 100여 명에게 1천 원 점심식사와 희망을 전한다.

“저도 6년간 경기도에서 뼈다귀 해장국이니 감자탕 등을 팔면서 식당을 했어요. 그런데 기운차림은 마음이 끌려요.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기쁘게 가는 모습을 보세요. 어디 가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으세요? 그럴 때 제가 엄청 힘이 나요. (음식을 만드는) 이것도 하나의 기술인데 내가 좋아서 하니깐 할 수 있는 거거든요. 어떻게 하면 입이 맞게 만들까 내 마음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맛이 나고 전달이 되거든요. 내가 에너지를 쓴 만큼 나도 좋고 먹어서 좋고 서로 좋으니까 홍익정신이 그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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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운차림식당을 찾은 손님들

탁 실장이 3년간 쏟은 마음이 담겨서일까? 힘든 삶을 등에 진 것처럼 표정이 없던 손님들도 밥을 먹고 나면 그새 표정이 밝아진다.

식당은 찾은 김모씨(56세)는 "요즘 1천 원 식당이 어디 있어? 맛있어. 자주 온다."라며 웃었다. 그는 집에서 1시간 걸리지만 매일 찾는다고 말했다. 경동시장에서 장사를 한다는 아주머니도 "1년 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오지 못했어. 이런 식당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라고 소감을 전했다.

100명 손님 중에 절반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영세상인들과 서민들이다. 이들이라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자원 봉사자 김 모씨(64세)는 이들 가운데는 지나가다가 요구르트를 사주기도 하고 명절에는 떡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시장상인 중에는 소고기 2~3근을 갖다 줘 국을 끓이라는 분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탁 실장에 대해서도 "실장님은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을 못 봤어요. 항상 웃으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식당일을 돕는 것은 봉사가 아니라 덕을 쌓는다고 표현했다.

동대문구 ‘착한가게’ 선정…마음이 착한 그들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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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가게로 선정된 기운차림식당

탁 실장은 1시가 넘자 손수레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갔다. 어디 가시냐니깐, 반찬을 만들기 위해 시장을 보러 간다는 것이다.

"내일 동대문구 사회복지단체에서 독거어르신 10분을 위해 반찬을 만들어야 해요."

한 손에 손수레를 들고 바삐 걸어가는 탁 실장을 뒤따라 가봤다. 그가 발을 멈춘 단골가게에서 주인과 이야기나눴다.

“내가 단골인데 내가 무슨 일 하는지 몰라. 천원 기운차림 식당에서 왔어요.”

“천원? 그러면 뭐 남아요.”

“장사하는 게 아니라 봉사하는 일이에요.”

살 물건을 고른 탁 실장이 물었다.

“얼마에요?”

“4천 원에요.”

가게 주인이 몇 가지 더 챙겨 덤으로 주자 탁 실장은 “기자님 잘 쫓아오셨다. 봉사한다니깐 그냥 주네요.”라고 웃었다. 탁 실장은 요즘에는 시장상인도 어려워서 봉사하는 곳에서 왔다고 해도 공짜는 잘 없다고 살짝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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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명자 실장은 서울 동대문구 독거노인 10명에게 반찬을 만들어 제공한다. 후원이 늘어나면 그는 더 많은 노인을 돕고 싶어했다.

"3천 원만 주세요. 잘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지맞았다.(웃음), 수고하세요."

한결 가벼워진 그의 발걸음을 따라 이곳저곳 가게에 들러 독거 노인을 위해 준비할 채소들을 샀다. 식당 반찬은 매일 새로워야 하지만,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는 냉장고에 오래 두어도 먹을 수 있는 반찬으로 준비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다시 찾은 기운차림 식당.

이제 손님은 2-3명으로 줄었다. 아기를 등에 업은 엄마가 식당에 슬며시 들어왔다. 천원을 내면서 "먹어도 되나요?" 묻는다. 천원으로 식당에서 밥을 먹어보는 것이 낯설기는 그도 마찬가지다.

이제 2시가 되니 자원봉사자들도 점심을 먹었다. 식당 한 편에 동대문구청에서 착한가게로 선정한 액자가 걸려 있었다. 행정안정부, 서울시, 동대문구가 지정한 물가안정 모범업소다.

일명 착한가게인데, 가격도 저렴하지만 착한 사람들이 일하는 '기운차림'에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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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운차림 식당 1천 원 점심매뉴

탁 실장은 예전에 비해 후원이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지만, 조금만 더 들어오면 노인들을 위해 더 많이 쓰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내일은 수요일이라 손님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늘 밥과 된장국, 나물반찬을 제공하지만, 수요일에는 별미로 국수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경기도 광주에서 아침 일찍 길을 나서 경동시장 기운차림 식당과 함께 하루를 여는 탁 실장.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다. 그는 환한 웃음으로 3년 동안 한결같이 손님을 맞이하기에 지치지 않는다.

후원 문의 (02)711-1988

윤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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